블로그_글과 그림 그리고 음악_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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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그리고 음악. 생각해보니 유일하게 내가 상장을 받아본 영역이었다. 그래서 공부는 친한 친구들과 경쟁하기 싫다는 좋은 명분 뒤로 넘겨 버렸었다. 학원이나 도서관에서 응당 해야할 정도의 공부가 끝나면 어김없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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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흥미도 없는 공부를 완전히 외면하지 못한 것은 고등학생 즈음 되면 알게 되는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 점점 잦아지는 부모님의 다툼, 그리고 그 속에 매번 등장하는 주제 ‘돈’... 부모님의 생존을 위한 치열함이 드러난 손바닥을 본 이후로 ‘공부는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언젠가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체력이 허락하는데까지 글을 쓰고 배우고 싶은 악기를 실컷 배우는 날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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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난 지금 조금씩 미뤄 왔던 그 ‘하고싶은 영역’들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일의 영역을 더 확장해서 회사를 키울 수 있지만 속도를 조금 늦추는 중이다. 정말로 더 미루다간 평생 못할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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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적도 없는 그림을 이래 저래 여러 방법을 써가며 흘깃 배우는 자체가 즐겁다. 사진을 통해 또 다른 글이 탄생하는 이 과정이 재미있다. 글을 요약해 가사로 만들고 그 자음과 자음 사이를 잇는 음악을 찍어 보는 것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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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이것은 모든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표현의 욕구. 매슬로우가 말했던 자아실현의 욕구 중 대부분은 ‘자신을 표현하는 영역’이라고 해석했던 교육공학자들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프로레타리아와 부르주아를 구분해내는 가장 명확한 기준이 예술이라고 했던 철학자들의 메모를 다시 복기해본다. 그러다 예술활동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학업편성을 하고 있는 프랑스의 자료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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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술활동을 진로교육과 어떻게 연결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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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자는 이렇다. 예술을 할 줄 아는 인간에서 출발해 예술을 사유할 줄 아는 인간으로 성숙시켜 나간다. 너무나 멋진 말이다. 글과 그림 그리고 음율에서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고 해석해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유추해보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이 곧 진로교육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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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육을 받아온 프랑스 학생들에게 ‘바칼로레아’는 그저 매일 하던 사유의 반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바칼로레아 대비반’ 학원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생각을 하라고 예술을 손에 쥐어 줬더니 ‘생각 없이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 생겨나는 현실이라니. 역설이고 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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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죽을 때 까지 예술을 하고 싶다’는 말은 숨이 멎을 때까지 생각하는 인간이고 싶다는 욕구의 반향이다. 그러다 기술과 예술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아이패드 속의 그림을 한참을 들여다본다. 선, 채색, 붓, 사진, 조명, 명암, 그림자가 전자펜슬 한 번의 터치로 다 이뤄지는 광경에 감탄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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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면에 ‘표현이 쉽지만 전달이 멀다’는 느낌을 완전히 지우기는 힘들다. 그림 자체로 이미 완성에 다다르면 보는 이의 생각이 끼어 들 틈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 예술은 완성할 수 있는 주체가 여지를 남기는 것이었다. 빈틈을 통해 인간으로 하여금 생각하는 매개체가 곧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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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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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예술과 교육의 핵심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완전하지 않으려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생각의 발현보다 그 생각의 전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전스쿨 수업에서도 의도적인 틈을 더 치밀하게 만들어봐야겠다. 그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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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예술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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