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10가지 - #10. 창업하는 방법, 진로교육, 윤성화멘토링연구소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10가지, 그 마지막은 역시나 '창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첫 사업을 시작했었습니다.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내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통과 물류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사업이었죠. 

 

지방변두리에서 자랐던 저희 동네에는 그 흔한 만화방이 겨우 1개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슬램덩크나 드래곤볼 등의 신간이 나올 때에는 한참을 기다려야 만화책을 빌려볼 수 있었죠. 그러다가 제가 생각해낸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신간을 내가 한꺼번에 빌렸다가 싼 가격에 친구들에게 빌려줘볼까?'

 

공부에 그렇게 흥미가 없었던 저는 가방에 늘 만화책이 가득했기에 그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만화방에 들러서 신간을 가장 먼저 빌리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 당시 한 권 대여비가 150원 정도였고, 친구들에게 한 권 대여료를 50원을 받았으니 3권이상만 대여를 한다면 저에게는 순수익이 생기는 것이었죠. 

 

그렇게 용돈도 없던 시절, 슬램덩크 만화책 1권이 전교생에게 돌고 나면 제 손에는 수 천원의 수익이 쌓였습니다. 자본주의 무서움이랄까요. 그렇게 몇 달 지나자 새벽부터 저보다 먼저 같은 일을 해보려는 친구들이 생겨났고, 딱히 신규사업을 개척할 힘이 없었던 우리는 곧 제로셈 게임에 빠지게 되었죠. 

 

보고싶은 강백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구 중 한 놈이 만화방 아주머니에게 'ㅇㅇ가 학교에서 만화책 되빌려 주던데요?'라고 고자질을 하는 바람에 경찰 아저씨들에게 가서 반성문을 쓰고 나서야 일이 일단락 되었습니다. 영업방해죄가 무엇인지를 톡톡히 배운 기억이랍니다. 아마 그 때부터였을 겁니다.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해야겠다...라고 어렴풋이 생각을 했던 것이... 

 

그래서 문방구에서 신기하고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면 제일 먼저 구경하고 그림을 그려보곤 했습니다. 장난감 농구골대를 보면서 '이게 어째서 1,000원에 팔릴 수 있는거지?'를 생각하느라 야간 자율학습에 늦기 일쑤였죠.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제 막 사회와 제품, 서비스, 나아가 경제에 눈을 뜰 참이었죠.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생이 되는 겨울방학. 담임 선생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이런 말을 해주셨습니다. 

 

"너 뭐 되려고 그래? 집이 가난하면 공부라도 지독하게 해야 하는거야. 너네 부모님 야채장수 하시지? 번듯하게 잘 되어서 효도하고 싶으면 공부 제대로 해. 머리가 없는 건 아닌 것 같으니 하면 잘 할 수 있을거야..."

 

위로인지 상처인지 헷갈리는 한 선생님의 말씀 덕분에 제 아이디어 노트는 무려 3년 동안 한 번도 펼쳐지지 못했답니다. 이 지점이 제가 학창시절에서 가장 후회하는 부분입니다. 그 분의 말을 듣지 않고 조금 더 호기심이 펼쳐지게 놔뒀어야 하는데, 효도, 부모님, 야채장수로 이어지는 단어들에 마음을 뺏겨 버리고 말았죠.

 

한국에서 자라다보면 누구나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창의성이 꺾여지는 경험'말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생각들이 솟아나던 시기에 입시, 점수, 등수, 대학, 직장과 같은 단어들을 들으면서 스스로 그 창의성의 문을 닫아버리는 경험.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공부를 하든 창의적인 일을 하든 그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거라 생각됩니다.

 

한 예로 제가 진로교육을 하기도 하고, 창업과 경제를 가르치며, 회사도 만들고 있고, 7개 회사의 대표라고 하면 고향친구들은 '도대체 그게 무슨 일을 하는거야?'라고 처음엔 모두 어리둥절해 합니다. 그러다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기도 비슷한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하면서 한숨을 내뱉습니다. 

 

지금에서야 정부의 주요사업으로 '창업'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제조, 기계, 반도체, 조선을 필두로 한 대기업 중심의 정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그 길로 들어서지 않으면 사회에서 낙오가 된다...라고 느꼈던 시절이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죠. 한 번도 창업이라는 것을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창업지원금을 줄테니 창업을 해라! 이것이 앞으로 살아갈 길이다!'라고 하는 상황이. 그래서 중장기적인 창업교육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창업이 카페를 오픈하거나 치킨집 사장님이 되는 정도라고 치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2019년~2020년 통계청의 업종별 창업기업수만 봐도 많은 창업들이 제조업, 부동산업, 도소매업으로 편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창업을 할 때에도 선례가 많은 업종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많은 데이터가 있고 창업 중에서도 그나마 안전한 것을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길을 만들어 나간다'라는 의미의 창업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교육제도처럼 절대적인 평가기준으로 모든 학생들을 평가할 수가 없는 노릇이죠. 길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명제가 한국교육에 녹아나라면 적어도 100년은 걸릴 듯 합니다. 

 

실제로 대학에서 창업을 가르치던 적이 있었습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창업수업을 연구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했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보다 '높은 학점'이 학생들에게는 더 중요한 것만 같았습니다. 3시간의 수업 중에 질문을 하는 학생도, 토론을 달가워 하는 학생도 없어 교수로서 회의를 느끼는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학교 밖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가려고 하는 학생들만 모아서 프로젝트를 이것 저것 진행해보고 있습니다. 아이템을 설정하는 것부터 제품기획, 서비스기획, 시장개척 및 판로개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한 번만 경험해보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창업의 역할은 이렇듯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산자의 관점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바꿔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커피 한 잔을 먹어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 커피 한 잔이 1,500원에 판매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단가를 따져보고, 바로 옆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와의 경쟁력을 떠올려보며 기록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창업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뉴질랜드, 이스라엘, 핀란드 순입니다. 미국은 42위, 우리나라는 96위에  그쳐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세계 대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우리나라가 4위, 미국은 2위를 기록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공부는 잘하는데 사업가는 많이 없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됩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모두 의사, 판사, 대기업사원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사업영역에 남아있는 인원이 적습니다. 

 

과연 뉴질랜드와 이스라엘, 핀란드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길래 전체 대학생 졸업자 수 중에서 42%가 창업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교육과정을 모두 실무중심교육으로 다 뜯어 고쳤습니다. 불필요하거나 단순 암기과목은 모두 인터넷 서칭으로 배우라고 하고, 인터넷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이 작은 슈퍼를 운영하시는 학생이 있는데 다음 달에 대형 프랜차이즈 슈퍼마켓이 마을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러면 같은 반 학생과 선생님이 힘을 합쳐서 이 학생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작은 슈퍼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한 달간 공부하는 겁니다. 여기에 수학과 과학, 물리, 건축, 법, 행정, 경제를 접목시켜가며 공부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할 수로고 내 친구를 돕는 일이 되고, 또 실효성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작은 슈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으니 어떻게든 좋은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죠. (선생님께서 정말 천재적인 교육가인가 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질병, 미국과 중국의 보이지 않는 경제전쟁, 한정된 자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쇠와 석유... 이런 상황에서 창업과 창직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교육하는 곳이 '학교'라고 한다면, 이제는 모든 학교에서 창업과 창직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인 겁니다. 

 

아직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거쳐 안정적인 연봉을 받는 전문인이 되어라~라고 가르치는 부모가 있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꾸셔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저희 부모님 세대가 그런 세대였다면 이제는 없던 직업을 만들고, 기존의 직무를 재해석해서 재정의하고, 나아가 오히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용기있는 사람들이 시대를 이끌어 갈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아이들과 함께 중학교 때 한 번, 고등학교 때 한 번 이렇게 20살이 되기 전에 창업을 각각 2번을 해보게 할 생각입니다. 학생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창업도 이제는 꽤 많이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들과 창업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해주고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면 어른이 생각할 수도 없는 그들만의 문화로 재해석해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모든 부모가 자녀들에게 이런 창업교육을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여러 가지 길이 있다~라는 정도만 조언해줄 수 있는 유연한 부모가 되었으면 합니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청년들을 양성합니다.

윤성화멘토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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