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던 분이 저녁 늦게 전화가 왔다. 자주 왕래하던 사이가 아니었기에 무슨 일이 있는가해서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자녀의 대입준비를 좀 봐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대입수시원서 접수'라는 전쟁이 시작되려는 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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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수시전형은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에는 역량을 분별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서 시작된 제도다. 흔히 말하는 학교생활기록부를 토대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 평가기준이 상이하고 명확하지 못해 공정성 놀란을 더 키우고 있다는 평이 많다. 또한 정확한 합격 기준이 없으니 일단 다 채우고 보자는 식의 스펙 인플레이션에도 한 몫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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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기생충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기생충에 등장한 기우의 동생 기정은 연세대학교 재학증명서를 위조해준다. 그리고 과외면접을 보러 가면서 기우가 독백을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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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갈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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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연세대생 기우와 미국 시카고대 미술치료사 제시카도 탄생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참 서글펐던 기억이 난다. 전국의 청년들과 진로상담을 해보면서 경제자본이 곧 학력자본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마음이나 태도, 열심의 문제가 아니다는 말에 강한 부정을 표하기에는 시소의 균형이 너무 많이 기울여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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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서울새 수시 합격생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대 입시에서 수시전형으로 합격한 학생 중 봉사, 동아리, 교내수상 등 각 영역에서 최고실적을 기록한 스펙은 봉사 489시간, 동아리 활동 374시간, 교내 수상실적 108건이었다. 계산해보면 고등학교 내내 매주 1번은 상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부모의 사회자본을 이용하면 고등학생임에도 여러 학술지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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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의 입에서 나왔던 '서울대 갈 애들은 다 정해져 있어요~'라는 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문제는 명문대에 입학한 다음이다. 아니, 운이 좋아 대학 졸업 이후 학벌로 입사한 실무에서도 이 'Hallow Effect(후광효과:하나를 잘하면 다른 것도 잘할거라고 예측하는 심리현상)'로 인한 그럴듯한 성과가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스스로 공부해서 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이 없었던 사람의 바닥은 어느 순간 반드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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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는 다룰 줄 모르는 백 여 가지의 무기들보다 잘 다루는 창 하나가 생명을 지켜주는 법이다.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사람은 곧 특출난 하나를 가지지 못한 자와 같다. 100가지 무기를 가지려는 노력을 하나의 무기에 집중할 때 그토록 바라던 토르의 망치를 손에 쥘 수 있다. 그러니 스펙 인플레이션이라는 무의미한 경쟁에 뛰어들기 전에 나만의 무기는 과연 무엇일까를 먼저 성찰해보는 시간이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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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청년들을 양성합니다.
윤성화멘토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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