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을 하다가 30년째 걸려 있는 아버지의 목장갑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췄습니다. . . “근처 철물점에 가서 장갑 제일 싼 거 두 개만 사온나~” . . 어릴 적 여름날 막노동에 땀에 흠뻑 젖은 아버지께서 숨을 겨우 내시며 시키신 심부름이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심부름인데 저는 그 순간까지도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나봅니다. 철물점 아저씨가 질 좋고 비싼 거 줄까, 아니면 싸고 안 좋은가 줄까라며 저를 아래 위로 훑어보는 시선에 저도 모르게 ‘비싼 거 주세요!’라고 말해버린 것이죠. . . 거의 두 배 가까운 가격을 지불하고 방수까지 되는 좋은 장갑을 사서 돌아갔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철물점 아저씨의 상술에 넘어간 것인지도 모르고 저는 자존심을 지켰다는 허영심에 취해 있었습니다. . . 역시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