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교육

아이패드가 고마운 이유

삶의질높이기 2020. 9. 18. 13:16

 

 

요즘 사뭇 아이패드에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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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가방은 가벼워졌고 생각은 무거워졌다. 생각을 텍스트 데이터와 손글씨 데이터로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거기에다가 시간이 날 때 마다 글을 써서 출판을 하고 프로크리에이터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출시하고, 재미삼아 편집해본 음원들을 개러지밴드 어플로 음원사이트에 출시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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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그만 기기 하나가 전문서점, 시각디자이너, 작곡가 등의 전문가들만의 진입장벽을 현저히 낮춰버린 것이다. 이런 부분을 보면 '당신도 할 수 있다'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로 카피를 바꾼 마케터들의 전략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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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직업과 직무에 대한 정보공개성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도 편집하고 융합하지 못해서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더욱 '생각하는 법'이 중요해졌다. 손에 수 만 가지 재료를 쥐어줘도 레시피를 스스로 창조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 재료는 그저 스트레스 혹은 불필요한 자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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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중요한 것은 정보를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과 그 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사고력이 될 것이다. 목적의식교육과 철학교육이 지금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남은 것은 이것을 기존의 한국의 교육방식과 어떻게 다르게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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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기업인이나 전문인들과의 조찬모임에서 'ㅇㅇㅇ교수님의 의견에 따르면', '유명한 학자 ㅇㅇㅇ가 이렇게 말했죠~'라는 식의 인용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한참을 자신이 알고 있는 책의 인용구 혹은 신문기사의 쪽지식을 들어주고 나서 '그래서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또 다시 'ㅇㅇㅇ가 얼마 전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으로 시작되는 인용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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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활용목적과 그 목적에 부합하는 자신만의 인생에 대한 철학이 얕거나 없으면 이렇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나의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학습의 최종결과물이 된다. 교육은 기존의 학습을 통해 새로운 학습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곱씹어 보고 비판도 했다가 부족한 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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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지금도 찾아다닌다. 하브루타, 플립러닝, PBR, 후츠파정신, 기업가정신, 디자인씽킹 등 각 분야에서 생각법에 도움이 되는 이론들과 실무들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면 드는 생각은 '아직 한국사회에 이런 교육들을 바로 접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는 자기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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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스스로는 안 해 본 것을 모험적으로 시도해보려는 마음가짐이 없고, 부모는 자녀들의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교육시스템은 아직은 '수능'이라는 제도를 놓을 마음이 없으며, 사회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다'를 수 많은 미디어로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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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해 있는 주변의 모든 환경들이 말하는 것과 반대로 갈 수 있는 용기를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스스로 쟁취하는 것은 거의 행운에 가깝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그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의 공통분모가 존재한다는 것. 바로 '읽고 생각하기'이다. 그것이 기사든 책이든 꾸준히 무언가를 읽어왔고 그 읽음에 생각을 덧입히는 과정을 수 없이 반복했던 사람들이 이런 행운을 누린다. 진정한 세렌디피티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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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를 극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읽고 생각하기'라는 과정의 마디 마디에 필요한 행위들을 고심해서 숨겨진 기능으로 넣어 놓았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이패드로 공부하기'라는 컨텐츠를 이어나가보려는 것도 이런 좋은 기기들을 그저 동영상 플레이어나 게임기로만 사용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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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공유를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하루의 맛'을 젊음의 시절에 맛보는 청춘들이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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