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명명할 수 없는 것들, 그래서제가뭘하면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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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만 명명할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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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 십 가지의 붉은 립스틱에 각각 다른 이름을 하나씩 지어주는 화장품 회사의 작명센스에 놀라곤 합니다. 저는 아무리 봐도 다 빨간색인데 말이죠.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 존재하지만 아직 저명한 누군가가 친히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 명명되지 못한 것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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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 보게 된 해 질 녘 노을이 딱 그랬습니다. 조용한 재즈음악과 함께 카페에 앉아 열심히 글을 써내려가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각자의 할 일에서 벗어나 핸드폰 카메라를 찾아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게 했던 범인이 바로 이 녀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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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분명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파랗고 청렴한 하늘을 품고 있었는데 갑자기 2막을 열듯 붉게 물들더니 초록과 주황, 그리고 붉음 어딘가에 속하는 빛을 발하며 곧 사라질 듯 손을 흔듭니다. 산 너머로 조금씩 사라져가는 해 앞에서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릅니다. 창가에 있는 포토존에서 녀석과 함께 사진을 찍을 기회가 없을까봐 조바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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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초록색에 속하는지 주황에 속하는지는 사실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생존에 대한 문제를 잠시라도 잊게 해줍니다. 그리고 태초부터 존재했던 아름다움과 함께 속해있기를 원하는 본능에 잠시 몸과 마음을 맡깁니다. 그 본능이 생명이 존재하는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숭배인지 아름다움과 공존하려는 자기과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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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사람이 만든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으나 자연이 인간에게 준 것들 중에서는 극히 일부만 이름을 가지는 특권을 누리는 듯 합니다. 사실 노을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으로 인한 태양의 보이는 시점의 차이인데 이것을 인간이 보는 시점에 따라 해 뜰 녘, 해 질 녘 등으로 구분해 굳이 이름을 붙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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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늘 이렇게 자연현상에 이름을 지어주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현상에 의미를 붙이기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이것이 그저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샤머니즘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한쪽으로만 흘러가는 절대적 시간의 속성 앞에 문명의 기술로 귀여운 반항을 해보는 것 같습니다. 지나가지 마라. 아니, 천천히라도 지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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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연의 웅장함에 순복하며 줄을 선 것도 잠시, 몇 분 내에 이 대자연은 인위적 수술대 위에서 다시 태어납니다. 호기심에 실시간으로 해시테그로 카페이름을 검색해봤더니 분명 같은 사진인데 각자의 느낌대로 사진어플로 편집해서 전혀 다른 자연으로 재창조되는 역사의 현장을 목격합니다. 아마도 이 카페를 모르는 타지역 분들의 눈에는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실제 해 질 녘이 그 많은 사진들 중에 무엇인지 구분해내기가 힘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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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을 붙여주고 의미도 부여했지만 결국에는 인간은 인간이 보고싶은대로 자연을 봅니다. 그러나 이 자연은 인간처럼 자신의 본래 모습을 사랑해주지 않는다며 쉽게 상처받는 소인배도 아닌가 봅니다. 밤이 되었다가 아침이 되면 오히려 아무일 없다는 듯 어제와 엇비슷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매일 가경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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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없이 아름답고, 마음까지 넓은, 이 해 질 녘을 보며 저도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름이 없었지만 아름다웠던 사람 그리고 누구든 품어냈던 사람’. 매일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었지만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사람에게 조금씩 다른 절경을 보여줄 수 있는 해와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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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상향을 적어보니 아직도 갈 길이 멀군요.
대신 오늘도 창조해두신 자연에서 작은 배움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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